◇ 김현철은 1989년 데뷔 때부터 이미 세련된 노래와 감성으로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1989년 8월 1집 앨범을 발표하여 ‘오랜만에’, ‘춘천 가는 기차’ 등의 명곡을 선보였다. 김현철은 1992년 영화 <그대안의 블루>의 OST를 가수 이소라와 불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까지 18장의 앨범을 냈다. ⓒ 경기문화재단 제공
경기도 노래가 나왔다. 이 곡은 대중가요다. 경기도를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사랑했으면 하는, 의도가 아닌 ‘바람’에서 출발한 기획이었다.
누군가에게 의뢰해서 만든 게 아닌,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고, 응모한 이들 가운데 가수 김현철도 있었다. 유명 가수라 그를 뽑은 게 아니라 그의 제안이 좋아서 그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김현철이 제작하고 가수 윤도현이 노래를 불렀다.
이 곡은 예전의 관료적 도민가요와 무엇이 다를까. 1990년대 한국 발라드 음악의 중심에 있던 김현철은 그새 어떻게 변해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그가 만든 경기도 노래를 감상하며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한산성길, 수원 화성길, 광릉 수목원길, 남한강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리워하며 때로는 걸어보고 자전거로 달리는 그런 곳이 노랫말에서 들리자 곧 떠날 채비를 차리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그 풍경 속에 서 있는, 걷는, 달리는 나 자신을 상상하게 된다. 때로는 그 숲가에, 그 강가에, 그 길가에 살고 있는 가족을 생각하기도 한다.
인기 있는 노래가 그렇고, 사랑받는 예술 작품이 그렇다. 자극받은 감성 안에 자신을 넣을 수 있어야 그 노래와 작품이 내 것이 되는 법. ‘난 여기에 있네’는 그런 대중음악의 조건을 갖춘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풍경에 대한 서정적 에너지
경기도 노래 ‘난 여기에 있네’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11월 8일이다. 그리고 12월 1일 현재 경기도 노래 사이트 ‘경기도가 부르고(ggsong.co.kr)’에서만 6300여 건의 다운로드 기록을 세우고 있다. 멜론 등 상업적 음원 사이트의 (무료)다운로드 기록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내려받아 듣거나 휴대전화 벨소리로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른바 ‘대박’은 아니지만 스테디셀러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또한 윤도현이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곡의 완성도를 증명한다. 윤도현은 대중가수다. 인기를 먹고 살며, 따라서 아무 노래나 부르지 않는다. 김현철이 가요계의 선배이긴 하지만 선배가 보컬을 ‘부탁’한다고 무조건 응할 수는 없다. 그가 ‘난 여기에 있네’를 부르겠다고 결심한 것은 록 가수로서 ‘이 노래를 부를 만한 수준과 가치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톱배우가 시나리오와 제작사, 감독이 누군지 먼저 확인한 다음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난 여기에 있네’를 작곡하고 제작한 김현철의 ‘풍경에 대한 서정적 에너지’가 이 곡에서도 여전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김현철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 역시 그의 앨범 중에는 공간의 정서, 풍경이 전하는 이야기, 여행이 주는 홀가분함 등을 노래한 곡이 많았다. 1989년 데뷔와 동시에 그를 발라드 스타로 만들어놓은 자작곡 ‘춘천 가는 기차’는 북한강변을 달리는 경춘선 열차 이용객을 급증시키는 파워를 발휘했다.
1993년에 발표한 앨범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은 그의 감성에 강림한 자연을 음악으로 표현, 2007년 ‘대중음악 100대 명반’ 선정에서 17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앨범에는 김현철의 대표적인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달의 몰락’,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피처링을 한 ‘우리 언제까지나’ 등이 수록되어 대중음악 마니아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 연주곡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은 김현철이 키보드와 기타 멜로디, 스캣(가사 대신 아무 뜻도 없는 소리로 흥얼거리는 창법)을 맡고, 드럼 김민기, 퍼커션 박영용,베이스 조동익, 기타 손진태, 키보드와 스틸 드럼 정원영, 키보드와 일렉트로닉 피아노, 신시사이저 김광민 등 이름만 들어도 촉이 곤두서는 뮤지션들이 참여한 소름끼치는 명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음악은 강물과도 같은 존재
◇ ⓒ 경기문화재단 제공
-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동안이시군요. 그런데 경기도와 무슨 인연이 있길래 이 작업을 하신 겁니까?
“제가 결혼하면서 분당에 사는 것 말고는 인연이라고 내세울 만한건 없습니다. 이번 작업을 한 것도 제가 경기도민이라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우연히 경기도 노래 공모를 보고 들이대본 셈이죠. (웃음)”
- 경기도 측의 의뢰를 받은 게 아니라는 말인가요?
“순서는 이래요. 경기도에서 공모했고, 저희 회사(후너스 크리에이티브)에서 제안했고, 많은 제안 가운데 저희가 채택되어 작업했고 완성했습니다. 분당에 살면서 남한산이라든지 주변 풍경을 자주들여다본 게 도움은 되었지만 제가 경기도민이라 특별대우를 받은 건 아니에요. 제작이 결정되고 나서 이런저런 모티브를 경기도와 연관시키기 시작했죠. 경기도 노래이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 했고요.
무엇보다 노래가 경기도를 홍보한다는 냄새가 나지 않도록 기획했습니다. 경기도를 대중과 가깝게 만들기 위한 곡인만큼 ‘경기도에서 만든 노래’라는 이미지보다는 ‘대중가요 이미지가 더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 윤도현 씨를 보컬로 기용한 것도 그런 이유의 연장이었겠네요?
“그렇죠. 보컬을 누구로 할까 고민하면서 일단 경기도 토박이가 누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단순히 경기도가 고향인 것만으로는 안 되지요. 태어나자마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 성장하고 살아온 사람보다는 경기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도 경기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다 보니 딱 윤.도.현. 그 사람이더라고요. 윤도현 씨가 파주 토박이거든요.”
그렇다. 윤도현은 1972년 파주 적성면 무건리의 한 세탁소집 아들로 태어나 동네 어귀 미군부대와 상가의 색깔과 소리와 감성을 보며 자랐고 문산고등학교를 나왔다.
고교시절 화석정(율곡 이이의 5대조가 지은 정자로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1호)에 올라가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기타를 연습했다고 한다. 또 2003년에 발표한 ‘YB스토리’에서 자신이 자란 동네 풍경과 당시 감성을 극적으로 표현해 파주 사람들은 물론 팬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윤도현은 가수로 성공한 뒤에도 파주를 떠나지 않았고, 훗날 세탁소를 그만둔 부모님을 파주 헤이리에 모셔왔다. 이런 윤도현이 경기도 노래 ‘난 여기에 있네’를 부른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노래의 장르가 ‘록발라드’니 여러 가지 인연이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 이제 ‘난 여기에 있네’는 제작자의 손을 떠나 대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곡과 관련해서 더 이상 할 작업은 없나요?
“기본 버전의 곡이 나갔으니 앞으로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환 작업을 하게 될 겁니다. 장르를 다양화하고 쓰임새가 자유롭도록 하는 작업을 하게 되겠죠. 대중가요를 지향하고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대중가요처럼 당장의 인기라든지, 인기를 높이기 위한 무리한 작업을 하지는 않을 거예요. 천천히, 강물 흐르듯, 누구나 편안하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가 되도록 작은 일들을 하게 되겠지요.”
- 그러고 보니 김현철 씨는 파란만장, 우여곡절이라는 말보다는 유유자적, 무사태평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물론 누구라도 그렇듯 남 들이 모르는 어려움이야 없겠습니까만….
“맞습니다. 저라고 왜 이런저런 어려움이 없겠어요. 다만 제가 지향하는 삶이 자연스러운 것이지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유자적이 옳다고 말할 수 있죠. 무엇을 하겠다며 작전을 짜고 계획을 촘촘히 세우고, 한 가지 일을 하면서 여러 성과를 기대하는 건 하지 않습니다.”
-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을 만들기 위해 ‘횡계’에 가지는 않았다. 그냥 ‘횡계’에 갔고, 훗날 그것이 음악에 반영되었다는 말인 거죠?
“그렇죠. 저는 여행을 즐기지만 목적지를 결정하면서 거기서 무언가를 얻겠다고 계획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죠. 그냥 가는 거예요. 숲에 들어가면 그 향기와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몰라요. 그 오묘한 자연을 어떻게 곡으로 해석하겠습니까. 그냥 향기를 맡고 감탄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다 돌아오는 거예요.
그 감동을 갖고 당장 무언가를 하겠다고 해봤자 나오는 것도 없고, 그건 자연에 대한 예의도 아니죠. 그러나 훗날 언젠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남한산성이, 유명산이, 횡계가 그 작업 속으로 들어오는 건 확실해요. 그러니 서두를 것도 닦달할 일도 없는 거죠.”
당신이 거기에 있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김현철은 이제 가수나 작곡가로서 활동은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인 활동량이 축소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분야에서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중은 인기 연예인이 TV에 나오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사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TV가 인기의 척도를 말해주는 매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TV에서 사라진 사람이라고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채널이 포화 상태에 이른 시점에는 오히려 ‘일’이 바빠서 TV에 출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TV 출연 때문에 ‘작곡을, 작사를, 창작을, 심지어 ‘가정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현철도 마찬가지다. 그는 음악인으로서 작품 활동, 음반 디렉터, 프로듀서 등의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단지 녹음실 풍경과 창작 장면들이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을 뿐이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에 불을 댕긴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TV에 노출된 것은 그의 스케줄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 ⓒ 경기문화재단 제공
- 사업에도 열심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후너스 크리에이티브는 어떤 회사인가요?
“엔터테인먼트 회사입니다. 한 분야에서 오래 있다 보니 결국 사업도 하게 되더라고요. 연기자 김갑수 씨,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김원준 씨, 연기자 김영무 씨, 연기자 황은정 씨 등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푸드스타일리스트인 홍신애 씨, 피아니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메이세컨(김시라) 씨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소속되어 있어요.”
-가수 중심의 회사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수는 김현철 씨와 김원준 씨뿐이군요. 김갑수 씨가 소속 연예인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하하, 그렇습니다. 김갑수 씨도 저와 함께 일하고 계세요. 공교롭게도 저희 회사 소속이 된 뒤부터 굉장히 바빠지셔서 회사와 궁합이 잘 맞는다며 서로 기뻐하고 있습니다.
본격 연예인은 아니지만 특정 분야에서 스타성을 갖고 활동하시는 푸드스타일리스트, 피아니스트 등도 이제는 스케줄 조정이나 프로젝트 개발 등 전문회사 차원의 관리와 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홍신애, 메이세컨 씨와도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 전성기의 김현철 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신곡이 나오지 않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세상이 변하고 유행이 달라져서 발라드 음악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고요. 그렇다면 왕년의 발라드 천재들이 좀 움직여서 장르의 부활을 모식해야 하는 게 아닌지요.
“발라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대중음악이 다양한 장르가 함께 발전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억지로 특정 장르를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중음악을 저 같은 작곡가, 프로듀서가 만들지만 주인은 대중입니다.
대중의 마음이, 눈이, 귀가 요즘 뜨고 있는 장르에 쏠려 있는데 그 시선을 인위적으로 돌릴 수는 없거든요. 단지 제가 즐겨 만들고 부르는 발라드 장르가 언젠가는 다시 주목받을 날이 올 것이라 확실합니다.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정도로 보고 있어요. 그렇다고 맥 놓고 그날을 기다리는 건 아니고,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준비를 하는 거죠. 때가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물길이 트일 겁니다. 세상에 억지로 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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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과 얘기하는 기분이에요.(웃음) 그렇게 자신의 일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내려놓는다’라기보다는 흐름과 함께하고, 순리를 인정하는 것이죠. 제가 최근에 종합편성채널 JTBC의 <우보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하다 보니 혹자들은 그 프로그램이 제 음악 창작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합니다.”
- 본업이 음악 창작이니 당연한 바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대답에 우선해서 프로그램 이야기 좀 해주시죠.
“여행프로그램이에요. 단순한 여행 가이드가 아닌, 사람 냄새가 풀풀 나고 이미 알려진 루트보다는 새로운 트레일, 트레킹 코스를 발굴하고, 각 지역에서 복원 중인 옛길과 모세혈관처럼 이어져 있는 샛길을 천천히 걷는 그런 내용입니다. 제 삶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출연 요청에 응했죠.
몇 차례 녹화를 했는데 그거 소화하기도 쉽지 않아요. 그런데 현장에 가서 작곡할 틈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녹화하면서 만나는 울릉도, 강화도, 백두대간의 정취가 제 가슴에서 사라지는 건 아니죠. 저는 그걸 믿어요.
여행이든, 도시에서 지나친 그 무엇이든, 그것들은 제 가슴속에 남아 있다가 소멸되기도 하고 어떤 작업을 통해 세상에 나가기도 할 겁니다. 사라지는 것들은 사라지는 대로, 부활하는 것은 또 부활하는 대로 모두 제 안에 존재했던 것들이니, 사라질까봐 두려워할 것도, 그것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봐 안절부절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제가 MTB(산악자전거)를 타고 남한산 어디쯤에 올라가 숲을 바라보았다면 그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 자리에서 정리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결국 어떤 의미로든 꽃을 피울 테니까요.”
◇ ⓒ 경기문화재단 제공
- MTB 마니아라고 들었습니다.
“언제 그 질문이 나오나 했습니다.(웃음) 정말로 MTB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2006년부터 시작했는데, 이제는 자전거와 하나가 되어 산을 달리는 수준이 되었어요.”
- MTB의 매력을 이야기한다면?
“첫째, 재미있어요.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할 길이 없어 아쉽네요. 단, 익숙해져야 재미가 생깁니다. 처음에는 실수로 넘어지기도 하고 다칠 때도 있지만, 차츰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어가면서 재미가 붙기 시작하죠. 둘째, 집중하는 순간이 좋습니다.
산길에서 페달을 밟으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길에 집중하게 되죠. 오직 길만 보게 되는 거예요. 산길에 특별한 풍경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직 길과 숲만 존재하죠. 눈 돌릴 틈이 없어요. 이렇게 집중하고 몰입하는 순간을 경험하면 누구나 MTB에 푹 빠지게 됩니다. 셋째, MTB는 경쟁하는 운동이 아니에요.
혼자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경우 정모 때는 같은 목적지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자기가 편한 시간에 스케줄 잡고, 가보고 싶은 산으로 떠날 수 있고, 하루 종일 탈 수도 있고, 아무 때나 돌아올 수 있으니 이렇게 자유로운 운동이 또 있을까요.
네 번째 매력은 오래오래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전거는 한 번 배우면 평생 타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잖아요? MTB도 일단 익숙해지면 노년에도 즐길 수 있습니다. 체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하는 건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들어서나 마찬가지이고요. 다섯 번째 매력은 MTB 를 타면서 인생을 배운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산은 평지가 아니잖아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개를 올라가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그리고 내리막을 달리면 또다시 오르막이 나오고요. 누구도 그 굴곡을 피할 수 없어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그 비율이 똑같다는 거예요. 100군데의 오르막을 만났다면 100군데의 내리막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비율이 아니라 적응이에요.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하고 적응하다 보면 오르막이 결코 부담스러운 길이 될 수 없고, 내리막이라 해서 룰루랄라 생각 없이 달리게만 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기꺼이 오르고, 대비하며 내려가는 것이죠. 저는 우리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MTB처럼 생각한다면 힘들어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죠.”
- 평소 즐겨 찾는 산은 어디인가요?
“집이 분당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기도에 있는 산을 자주 가게 됩니다. 용인 마구산, 가평 유명산, 광주 남한산 등에 주로 가고요. 간혹 설악산 미천골, 인제 아침가리골 등을 달리기도 하죠.”
-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는지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티 없이 자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일을 즐겁고 열심히 하며 살아가는 거예요. 오늘 제가 하는 일, 있는 곳, 만나는 모든 사람이 언젠가 제가 만들게 될그 ‘무엇’의 이유가 될 테니까요. 물론 오늘의 만남도, 그런 이유 중 하나가 될 겁니다.”
글 이영근 작가 ‖ 사진 이현구 etc스튜디오 ll 제공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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