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소설이자 영화인 해리포터는 영국 전통문화의 결정체이다. 마법사라는 영국적 신화와 민담, 그리고 그들의 전통적 삶이 촘촘하게 결합되어 세계적인 소설과 영화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만약 영국의 오랜 전통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해리포터의 탄생은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가능성을 가진 ‘우리의 전통’은 있을까? 그리고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와 같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한국국학진흥원(원장: 김병일)은 조선시대 일기자료를 가공하여 창작자들을 위한 이야기 소재로 제공하는 ‘문화콘텐츠 소재뱅크 구축 사업’을 2011년부터 시작하여, ‘스토리 테마파크(http://story.ugyo.net)’를 통해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민간의 일기류 자료에는 공식적인 기록자료와 달리 다양한 서사 구조와 일상의 생활상이 반영된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를 담고 있고, 오늘날 우리 사회상을 되돌아 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교훈과 지혜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창작자들에게 있어서 전체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한 창작 모티프가 되기도 하고, 한 단위 장면들을 구성하기 위한 실질적 정보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역사기록에는 나오지 않는 광해군의 알려지지 않은 자식에 대한 기사나, 살인 사건으로 비화된 말 도둑 사건, 외교 사신의 공식 만찬에서 음식을 도둑맞은 사건, 과거 시험 보기 하루 전날 아들을 위해 꼼꼼히 시험 준비를 진행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등은 이러한 일기류에만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료는 한문이라는 언어적 장벽과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은 우선 일기 자료들을 번역하고, 이러한 자료들 가운데 이야기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내용들을 사건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더불어 그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의미, 다양한 용어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시각적인 이해를 위해 이미지 중심의 멀티미디어 자료까지 포함시켜 하나의 단위 이야기 소재로 서비스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내용은 모두 DB형식의 디지털 콘텐츠로 가공되어 인터넷으로 서비스 되며, 인터넷 특성에 맞는 검색 및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2011년에는 총 600여 개의 단위별 이야기 소재가 개발되었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사업을 통해 약 1만 여 개 이상의 시기별, 공간별 다양한 이야기 소재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이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다큐, 드라마 등의 창작자들이 함께하는 2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창작자들의 실질적 필요를 반영하였다. 현장의 창작자들은 이 콘텐츠가 전통을 토대로 한 문화산업 분야에서 대단히 중요한 창작 인프라가 될 수 있으며, 특히 교육용 애니메이션 개발 및 교양도서 기획출간의 경우 큰 호응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토대로,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이야기 소재의 산업적 활용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또한, 현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토리뱅크 구축 작업들이 양적·질적인 발전 단계를 거치게 되면, 내용적으로 깊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 제작의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단 한 줄의 기록만으로도 20부작이 넘는 드라마를 창작하는 창작자들에게 이와 같은 소재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제공된다면, 한국판 해리포터의 탄생도 멀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성과를 설명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2월 7일(화) 오후 2시 국립 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완료 보고 및 시연회를 개최한다. 특히 이 자리에는 최고의 역사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KBS 역사스페셜의 총괄 PD인 장영주 CP와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의 원작 출판사인 도서출판 파란미디어의 이문영 주간이 이 콘텐츠의 발전 가능성과 활용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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