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가의 큰 누님' 또는 '지역정치사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안정자 의정부시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의정부시의회 재선 현역 시의원으로 6.4지방선거 새누리당 도의원 공천을 신청했다가 홀연 지난 1일 한 언론을 통해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정치적 사퇴가 아닌 아름다운 명예퇴임을 선택한 안정자 시의원이 지난 27년간 자신이 걸어왔던 정치역경을 2일 오후 털어놨다.
안 의원은 "나는 지역정치의 살아있는 증인"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발로 뛰며 선거운동해서 금배지, 도지사, 대통령을 만들어준 정치인이 수십명이라고 회고했다.
안 의원은 "지금까지 모은 정당 배지만 한 주먹"이라며 "유명 정치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모아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를 열면 대한민국 정치사가 될 정도"라고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자민련 여성국장 맡으면서 정치입문
안 의원의 정치입문은 그가 39세때인 지난 1987년이다. 당시 충청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연합 의정부지구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였다.
당시 지구당 위원장은 김문원 전 의정부시장이다. 주변의 추천으로 여성국장에 전격 스카웃 되면서 자신의 고향인 충청권을 대변했던 자민련에서 정치를 처음 배우게 된다.
그는 김 전 시장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당시 김 전시장 측근에 있는 한 당직자가 사사로운 이유로 자신의 지인을 당내에 심기 위해 안 의원을 밀어냈다. 그는 여성2국장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자신이 섬기던 주군에게 당한 첫번째 배신이었다.
정치에 미련이 없던 안 의원은 바로 사표를 내고 정치판을 떠났다.
이후 김문원 전 시장은 선거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면서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결국 지구당 위원장을 홍문종 의원에게 내어 주고 의정부시장 공천을 받아 출마해 당선됐다.
▲ 문희상 국회의원과 아쉬운 인연
안 의원은 자민련 탈당후 자신의 둘째 아들이 다니던 경희초등학교 학부모회 활동에 적극 나섰다.
그동안 가족에 대한 소홀함을 만회 해보려 학교 일을 도맡아 하던 안 의원은 우연한 기회에 다시 정치권에 들어선다.
둘째 아들과 같은반에서 반장과 부반장을 나눠하던 문희상 의원 장남 문석균씨 어머니인 문 의원의 부인과 학교일로 자주만나면서 친분을 쌓게 된다.
안 의원의 명성을 들어 탐을 냈던 문 의원 부인은 남편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그는 정치권의 권모술수에 신물을 느껴고 영입 제안을 계속 거절했다.
하지만 문 의원 부인이 숭문당 직원으로 취직하라고 집요하게 설득, 카운터 업무로 취직하면서 결국 6개월 뒤에는 당사무를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문 의원 휘하 여성국장으로 임명되면서 중요 핵심 당직자가 됐다.
그는 당시를 "가정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왕성한 정치활동을 보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문 의원을 보좌하면서 그가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뛰었다.
문 의원이 김대중 정부 들어서면서 경기도당위원장에 도전할 당시 수원을 비롯해 경기도 전역을 돌아 다니면서 문의원을 도와 위원장에 당선시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의원 비례대표 7번이 배정되려고 하자 안 의원은 그날 경기도 수원시 도당사무실을 뛰쳐나와 탈당계를 제출했다.
그는 "정치에 미련이 없던 터라, 그날 바로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회상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 탈당후 은둔생활을 하던중 홍문종 국회의원의 러브콜을 받는다.
홍 의원은 "누님 이제 저를 도와달라"고 삼고초려 하면서 안 의원을 영입했고 4.13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안 의원은 "홍문종 의원과 처음 만났던 것이 홍 의원이 신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입당 할때"라며 "나는 당내에서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고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 홍문종 위원장 밑에서 시의원 공천
그는 처음에는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자신의 주군이 되었던 홍문종 위원장 휘하로 들어가 시의원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다.
비례대표를 받고 다시 재선에 출마해 유권자들에게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율로 당선된다.
그런 사이 홍문종 의원은 수해골프 사건으로 경기도당위원장에서 낙마, 정치일선에서 물러난다.
안 의원은 "그래도 홍문종 의원은 날 배신하지 않았다"며 "도의원 공천을 신청했지만 나에게 그 자리를 준다고 약속 하지 않았기에 기분도 나쁘지 않다. 그분 밑에서 비례대표 공천도 받고 재선도 했으니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정치는 주인공만 기억되고 조연은 버림받아…"누구를 밀어줄지 고민중"
안 의원은 향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선거기간에 누군가를 밀어야 겠죠"라고 뚜렷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얼마전 한 행사장에서 만난 안병용 시장이 "누이 공천 못받으면 내 캠프로 오세요"라고 농을 건넸다"며 여야를 불문하고 시장캠프에서 영입제안이 쇠도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안 의원은 "도의원에 출마하게 되면 전화작업을 하려고 당원과 관내 지인 명부 수천장을 복사해놨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여러 정치인을 모셨지만 갈라서더라도 나는 정치적 도의와 의리를 지키면서 정치를 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왔다"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들려줬다.
이어 "홍문종 의원에게 신의를 지키려는 생각은 마찬가지다. 정치는 이제 비록 떠나지만 난 의리를 지키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주인공만 기억하고 조연은 버림받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훌륭한 조연"이라며 "나는 그동안 조연만 해왔다. 하지만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있는 것이다. 현실은 주인공이 당선 되면 조연의 고마움을 잊어버린다"고 앞으로 나올 당선자에게 겸양을 당부했다.
지역정가에서 안정자 시의원의 정계 은퇴를 두고 "아쉽다"는 여론이 많다.
일부에서는 "아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아깝다"는 평가가 다수다.
사람들은 후배를 위해 아름다운 은퇴를 결정한 여장부 안정자 시의원을 조연이 아닌 30년 지역정치사의 살아있는 주인공으로 기억할 것이다.
광고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