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현대사의 기록과 소요산 아래 옛 성병관리소 보존 활동을 주요하게 다룬 다큐멘터리 <이담>(감독 최나라니라)의 첫 번째 시사회가 지난 1월 27일에 열렸다.
<이담> 시사회는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와 제작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초대한 가운데, 뉴스타파함께센터의 리영희홀에서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다큐 제목인 ‘이담’은 동두천시의 옛 지명이다.
옛 성병관리소 건물이 지난해 초부터 철거 위기가 불거지면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이하 ‘평화행동’)의 활동가들이 보존 운동을 해오고 있다. 다큐 <이담>은 평화행동 활동가들과 동행하며 촬영한 영화이다. 영화는 62분 분량이고, 엔딩 크레딧이 끝난 다음에 1시간가량 관객과 대화(Guest Visit, GV)의 시간을 가졌다.
GV 시간에는 최 감독과 영화 기획에 참여하고 영화에도 출연한 평화행동 김대용 대표가 무대에 올라 대담을 진행했고, 영화에 출연한 또 다른 활동가들과 관계자들이 객석에서 두루두루 시청 소감과 바람을 나누었다. GV를 마친 뒤에 시사회 참석자 모두의 기념사진도 찍었다.
GV에서 최 감독은 “미디어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설득하는 일에 늘 관심을 두고 때로 그런 일을 조금씩 해왔지만, 이렇게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구성해서 많은 분 앞에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영화를 보실 분들께 궁금한 게 많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하였다.
최 감독은 이어서 “사실 그대로 기지촌의 이야기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억압과 구속, 폭력과 착취가 아프고 그늘졌지만 가장 직접적인 저항의 근거이고, 본질적이고 명징한 저항이 기지촌에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라며 "평화를 열망하고, 또 동두천이 다름 아닌 이 한반도에서 대표적인 평화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다”라고 동두천의 현대사와 옛 성병관리소를 주제로 영화를 만든 까닭을 설명했다.
김 대표도 GV에서 “지난해 8월 다큐 제작을 위한 기획에 참여하면서 생각하기를 ‘다큐멘터리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미군 기지촌 문제를 알릴 기회가 생기겠다"라며 "그렇다면 해보기로 하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동두천에 와서 성병관리소도 보고 승리의 역사도 보시되, 개미지옥처럼 많은 것들이 이익을 취할 있게 만든 사회구조 층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였다.
이어서 김 대표는 “헬조선이라고 하기도 하고 우리 사회가 천민자본주의라고 하는데, 개미지옥 같은 틀을 만들어둔 채 힘없고 약한 자들에게 ‘네가 안 하고 안 갔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지?’라고 물어보는 잔인한 사회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두천은 특별히 전쟁과 관련해서 그런 시스템이 촘촘하게 짜여있던 동네다”라며 동두천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사회구조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랐다.
이번 시사회에 참석한 한 관객은 “어린 시절 의정부에서 비포장도로를 지나는 탱크의 미군 병사가 내던지는 초콜릿과 사탕을 주워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라며 "아픈 기억이지만 그것도 역사이고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기억을 안고 간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또 다른 관객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와 미군<위안부> 문제는 똑같은 문제나 다름없는데,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미국을 비판하면 안 되는 영역처럼 자리 잡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전하는 비판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보았고, 인상 깊은 관람이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시사회에 참석한 의정부 두레방의 김은진 대표와 평택 (사)햇살복지회의 우순덕 소장은, 각각 의정부시의 도시재생사업으로 퇴거 위기에 놓인 의정부 두레방 상황을 설명하고 평택의 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햇살복지회의 상담소 방문을 요청하였다.
또한 시사회에 참석한 한 동두천 주민은 “미국은 이 땅에 주둔한 지 70년이 됐는데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그 사람들 나갈 생각 절대 쉽게 하지 않는다"라며 "내 생전엔 그들이 나가는 모습을 못 볼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 때 피해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취재하고 할애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하였다.
GV 시간에 마지막으로 발언한 평화행동의 최희신 활동가는 “저는 동두천에 오시는 분들을 모시고 평화와 역사를 이야기하는 장소를 탐방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말을 할 때마다 지금 방문한 장소로만 동두천을 기억하면 안 된다는 말을 늘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두천이라는 도시 그리고 기지촌이 있는 도시를 일면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실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어서 최 활동가는 “제가 평화탐방을 하는 이유는 동두천에 소요산밖에 없는 줄 아는 많은 사람에게, 이곳이 품고 있는 역사가 한반도의 역사와 같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라며 "동두천은 미군기지로 만들어진 도시이기도 하지만 이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본인들의 삶을 정말 열심히 살았다"라고 강조했다.
또 "기지촌 여성들의 희생과 아픔, 속상한 것들이 너무 많이 들어있지만 그렇게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영화시청 소감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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