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부과체계 1단계 개편안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다.
개편 전 127만건이 넘던 관련 민원이 70만건 수준으로 떨어져, 제도는 연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불공평한 부과요소와 모순적인 제도들이 눈에 띈다. 공정한 보험료 부과제도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제1과제. 소득이 1도 발생하지 않는 저소득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재산보험료 1억원 공제하고, 직권전월세 부과제도 폐지해야 2018년 건강보험 부과체계 1단계 개편안 시행으로 지역가입자의 성・나이 등으로 소득을 추정하는 평가소득 보험료를 폐지하고 재산・자동차에 부과되는 보험료를 축소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저소득 지역가입자들의 경우 주거형 재산에 과중한 보험료로 부과되고 있는 형편이다.
첫째, 재산보험료의 공제액을 1억원으로 상향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는 재산이 5천만원 이하인 세대에게 500~1,200만원을 공제해주고, 5천만원 초과 세대는 전월세에 한해 500만원을 공제해주고 있다.
당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2년 2단계 개편안에 따라 5천만원을 공제할 계획이다.
이 경우 지역가입자 770만세대 중 487만세대인 63%가 재산보험료 0원이 된다. 만약 공제액을 1억원으로 상향하면 584만세대인 76%가 재산보험료 0원이 되어 약 100만세대가 더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다만, 5천만원 공제 시 예상 보험료수입은 983억원이 하향되고, 1억원 공제 시에는 1,618억원 하향될 것으로 추계되어 635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전월세 직권부과제도를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재산 조사 결과 재산이 파악되지 않는 경우, 해당지역의 평균 전월세금액을 산정하여 직권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곳에 보험료 매기고 있는 것이다(관련 법령 어디에도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음).
2018년 현재 지역가입자 중 369만세대에 대해 전월세금이 216조7천억원이 있는 것으로 임의로 추정하고 여기에 보험료를 부과했다.
지역가입자 전체 세대수가 약 770만세대임을 고려할 때, 지역가입자 중 절반은 전월세가 직권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28만5,219세대가 본인의 보험료가 과다하다고 판단하여 민원을 제기했고, 그 결과 34조6,228억원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민원 제기한 세대가 부과 세대의 10%도 안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체가 없는 금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건보공단은 수십년간 지역가입자들에 대해 보험료를 깎아주고 있었다.
각종 명목을 붙인 '경감제도', 민원이 제기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조정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제도들은 2000년 이전부터 실시되기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특히 두 제도 모두 법적 근거가 매우 미비한 상태에서 공단의 정관과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것만 바로잡아도 보험료 수입은 상당히 올라갈 수 있어, 앞서 언급한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수입 감소분을 충당하고도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1978년부터 시작된 경감제도가 시대에 맞도록 재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보험료 경감제도는 1978년 섬・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절반만 내도록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998년에 농어촌 거주 세대, 취약세대(65세 이상 노인, 한부모가족, 55세 이상 여자 단독세대, 소년소녀 가장세대, 장애인・국가유공자 세대, 장기수용세대, 만성질환세대, 화재・부도・경매세대), 재난지역 거주 세대 등에 대해 보험료의 10~50%까지 경감해주기 시작했다.
2007년 휴직자(육아휴직자 포함), 임의계속가입자, 2012년 화재 등 피해 발생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장가입자, 직장가입자인 군인으로 경감대상을 확대하였고, 2014년부터 정책지원방식으로 세월호 피해자, 개성공업지구 가입자,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대상자 등도 일정기간 경감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해서 2018년 한 해 동안 경감해준 보험료는 총 1조648억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당해년도 보험료 수입 대비 1.98%에 달하는 수준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여건상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계층이 있다. 그러나 대표적 경감대상인 취약계층의 경우 '2018년 건강보험 부과체계 1차 개편'을 통해 1인당 월 보험료가 4만8,690원에서 3만7,527원으로 1만1,163원의 인하되었는데도 여기에 또 10~30%를 경감해주고 있는 것이다.
넷째, 법적 근거도 불분명한 건보료 조정제도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건보공단은 매년 11월에 ‘전년도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국세청으로부터 통보받는다. 그렇게 수집된 소득에 재산과 자동차를 합쳐서 보험료를 부과하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올해 보험료는 작년 소득에 부과되는 방식이다.
조정제도는 지역가입자가 건보공단 지사에 휴・폐업이나 해촉 등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제도이다. 전년도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한 것인데,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순간부터 보험료를 깎아준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소득에 부과하는 것이지만, 당장 납부능력이 없다면 보험료 조정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지만, 해촉증명서 달랑 한 장만 받고 납부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2019년 3월 폐업신고를 한 A씨는 지난 해 1,927만원의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국세청에서 통보되었지만, 폐업신고 직후 소득금액은 0원으로 조정되어 애초에 부과되어야 할 보험료 14만7,960원은 1만3,550원으로 조정되었다.
이런 식으로 조정된 소득 건은 총 50만4,096건으로 당초 소득금액 13조2,080억원은 조정 후 3조4,067억으로 줄었다. 무려 10조원의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었으나 조정제도로 날아간 셈이다.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소득파악률을 높이고 부과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2천만원 이하 금융소득에 보험료 부과를 제안한다.
내년 11월부터 2천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 건보료가 부과된다. 2천만원 이하 금융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연간 금융소득 2천만원이 되려면 예금 10억 정도가 통장에 보관되어 있어야 한다. 통장에 들어있는 금액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이자, 배당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충분히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여섯째, 초고소득자 건보료 상한제 재검토를 제안한다.
2019년 현재 직장가입자의 월급에 매기는 최고보험료는 636만5,520원이다.
직장가입자의 월급 외 소득과 지역가입자의 최고보험료는 318만2,760원이다.
최고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가입자는 직장가입자 2,801명, 지역가입자 1,124세대, 직장가입자 중 월급 외 소득에 대해 최고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은 3,313명으로 총 7,238명이다.
최근 한 법률사무소가 ‘초고소득자 건보료 상한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월급 1억원을 받든 10억원을 받든 똑같은 최고보험료를 납부하는 현행 제도가 소득에 따라 납부하는 사회보험의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의 연혁을 살펴보면,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직장가입자 상한제를 최초로 도입하였고, 1985년 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담 원칙으로 폐지되었다가, 1989년 지역가입자 상한제가 도입되었고, 2002년 지역가입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직장가입자 상한제가 재도입된 바 있다.
외국도 상한제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소득기반 확충이라는 차원에서 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공정한 보험료 부과 및 건강보험 재정관리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2017년 여야가 부과체계 개편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복지부장관 소속의 부과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해당 위원회는 관계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및 민간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에서 제안한 사항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직역별 가입자 대표까지 포함시켜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22년으로 예정된 2단계 개편안도 보다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시기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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