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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민들께 ‘의정부경전철 파산’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기사입력 2017-06-05 오후 6:00:00 | 최종수정 2017-06-15 오후 6:00:07   
 LH, 1인시위, 의정부경전철
 
의정부경전철 파산으로 지역 여론은 시끄럽고 다수의 시민들은 불편하고 불쾌하다.
 
심지어 타 시도에 사는 지인들을 통해 “경전철 지금도 다녀”라는 안부까지 들을 정도다.
 
천문학적 자금을 퍼부었음에도 그 이상의 자금이 더 투입되어야 할 의정부경전철.
 
한마디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신의 물건 ‘귀물’.
 
의정부경전철은 사업비 6,700억, 법원이 결정한 파산 금액 3,600억까지 1조 이상의 돈이 투입됐다.
 
여기에 해지지급금 2,000억 이상을 두고 치열한 소송 전쟁이 벌어질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다.
 
그 ‘귀물’을 멈추지 않고 굴리기 위해서 계속 수십억의 혈세를 퍼부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손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시당국은 “정부주도 사업”, “시민의 편리성” 등을 내세워 “의정부의 자랑이 될 것”이라고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
 
“유용하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가 앞 다투어 경전철 사업을 하고 있다”는 단순 논리를 들이밀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우려가 섞인 비판이 제기되면 가차 없이 면박을 주거나 꾸짖는다.
 
“왜, 이 어려운 시기에 정력을 빼려고 하나”라고 일축한다.
 
“용인경전철 파산처리 전례는 안 좋은 사례”라며 따라하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강도 높은 감사를 벌였고,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송구스럽다”는 표현으로 모든 것을 일축하려 한다.
 
더 한심한 상황은 ‘묵묵무답’, ‘수수방관’하는 시의원들의 태도다.
 
심지어 모 의원은 경전철 파산선고 전날 고급 맥주하우스에서 공무원들과 비싼 저녁과 함께 맥주파티를 했을 정도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분명 무엇인가 잘못됐는데, 분명 시 재정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는데, 분명 누군가는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아무도 시민들께 “죄송하다. 잘못했다”라고 한마디 사과가 없다.
 
그 말 한마디 한다고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돈을 물어내야 하는 것도, 교도소를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에 대한 누군가의 행동이 있었고, 결과가 나빴다면 선의라 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행정의 연속성’이고 공직자의 처신이다.
 
“법규를 모조리 지켰고, 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식의 태도는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정치인으로 시민의 공복인 공무원으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만약 이 논리가 맞으려면 촛불집회와 탄핵심판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명은 모두 무죄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또 3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고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던 4대강 사업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된다.
 
또 고산지구 보상을 위해 영하의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성남 LH본사 앞에서 홀로 시위를 벌이고, LH사장의 멱살을 잡아, 조기 보상을 받아낸 진정성은 무너져야 한다.
 
LH가 법을 어긴 것이 없기 때문이고 의정부전체의 이익과는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시민들은 법규나 규정을 따지지 않고 약자를 위해 용기를 내어준 안병용 시장의 행동에 박수와 지지를 보냈다.

시민들은 그에게 정서적 지지를 보낸 것이다.
 
또 경전철 ‘경로 환승 할인’을 선거기간 중 시행 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에 기소되었을 때 ‘무죄’라고 격려해주고 지지해준 것도 다름 아닌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시민들이었다.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끝까지 신의를 지킨 것도 그들이다.
 
1심에서 유죄가 확정 되었을 때 함께 분노하고 울었던 것도 시민들이다.
 
시민 개개인 마다 감정을 표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언론을 통해, 여론을 통해 또는 그 개인의 보이지 않는 진심과 열의를 통해 결과적으로 선거를 통해 “시장은 억울하다”고 힘을 보탰다.
 
시장이 휘두르는 권한과 권력은 본인이 고시를 봐서 따낸 것이 아니다.
 
침묵하는 수십만 시민이 부여한 것이다.
 
그래서 시장과 공무원을 ‘공복’이라고 부르지 않나.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지지와 성원 보내주고, 고액의 월급과 판공비를 대주고,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부여한 시민들께, 당신의 주인들께 공복이 된 도리에 따라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일을 못한 결과입니다”라고 정확한 사과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시민들이 경전철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던가?
 
대다수 시민들이 경전철을 이용하고 있는가?
 
용인시장과 공무원들은 바보라서 전임 시장과 관계자를 고소하고 월급을 반납했겠는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고 의정부경전철 파산 사태에 면죄부가 주어진 것인가?
 
시민들이 바보라서 LH 시위를, 선거법 재판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었겠나?
 
시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다만 우리들이 바보라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시민들은 다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벌을 받아야 하는지 이미 마음속에 결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혈세가 무의미한 곳에 펑펑 쓰이는 것을 그 누구보다 아까워하고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듣고 싶은 대답은 “잘못했다”라는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다.
 
이 말을 통해 정서적 공감과 위안을 받고 싶을 뿐이다.
 
만약, 5월 26일 오후 2시 의정부시 간부공무원들과 시장이 함께 나와 “의정부경전철 파산은 저희들의 무능입니다. 잘못했습니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니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고개를 숙이고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 1인 단식을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시민들은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괜찮습니다. 이렇게 사과하는 것이 더 큰 용기입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우리도 기꺼이 도울 것입니다”라고 또 다시 무한 지지를 보내주었을 것이다.
 
사과한다고 공무원 월급이 삭감되는 것도, 시장 임기가 단축되는 것도 아니다.
 
43만 의정부시민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의정부경전철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책임질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태 해결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현역 시장이기에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했기에 이 원죄를 마다할 수 없다. 
 
의정부경전철은 어찌 보면 시장이 되겠다고 첫 출마했을 때부터 짊어질 예수의 십자가인지 모를 일이다.
 
오늘도 길을 나서면 뜨거운 뙤약볕에 리어카를 끌면서 굽은 허리로 힘겹게 고물을 줍는 노인들이 눈에 띈다.
 
만일 경전철 공사비의 10분의 1 이라도, 아니 100분의 1이라도, 그런 사람들을 위해 쓸 수만 있다면 ‘행복특별시 의정부’란 슬로건은 무색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내게 그들의 낡은 리어카와 의정부경전철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난 주저 없이 그 낡은 리어카를 택하겠다.
 
의정부경전철을 타보지 못했을 그 노인이 힘겹게 짊어지고 있을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그 리어카.
 
어찌 그 노인의 유일한 밥줄인 리어카를 외면하고 경전철을 탈수 있겠는가?
 
나는 그 리어카를 대신 끌어주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이 초라한 리어카를 뒤에서 힘차게 밀어주던 그때 그 지도자가 너무도 그립다.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LH 성남본사에서 1인 시위를 했던 그때 그 사람이 너무나 보고싶다.
 

<저작권자 ⓚ 경원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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