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배경이 400년간이나 되는 세미-뮤지컬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병자호란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소녀 또는 여인의 사랑 이야기를 일관된 주제로 엮어 무대화한 ‘코리안 줄리엣'이 바로 그것.
비밀은, 400년을 관통하는 유준식 작사의 가사에 곡을 붙인 김아람 작곡가의 음악에 있다. 감미롭고 슬픈 음악들이 질릴 정도로 반복되는 동안 관객은 저도 모르게 감성의 심연으로 빠져들고 만다. 치밀하고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음악들이 장면 속 인물들의 사랑을 눈물겹게 부활시킨다. 일반 뮤지컬에서 보던 당연한 정서가 아닌, 그 인물, 그 상황의 사랑의 극심함이 이토록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가사와 음악으로 재배치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4년, 40년도 아닌, 400년이나 되는 긴 기간 동안을 하나의 사랑 이야기로 관통할 수 있게 하는 교묘한 가능성은 스토리 때문이다. 음악과 그 가사가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또한 일관성 있는 극본과, 그 일관성을 뚝심있고 경쾌하게 밀어올리는 극 연출 때문이다. 이는 유준식 연출이 작사와 극작을 겸하여 창작하였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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