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일보

[르포] 철길 하나가 갈라놓은 양주 회천신도시… "과선교가 도시를 잇는다"

경기 양주시 덕계동 회천중앙공원과 한승 아파트 사이 경원선, 주민들 "공원은 만들어졌지만 걸어갈 길이 없다" LH "당초 사업계획에 없던 시설"…양주시 "필요성 공감, LH에 지속 건의"

황민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9/15 [11:58]

[르포] 철길 하나가 갈라놓은 양주 회천신도시… "과선교가 도시를 잇는다"

경기 양주시 덕계동 회천중앙공원과 한승 아파트 사이 경원선, 주민들 "공원은 만들어졌지만 걸어갈 길이 없다" LH "당초 사업계획에 없던 시설"…양주시 "필요성 공감, LH에 지속 건의"

황민호 기자 | 입력 : 2026/09/15 [11:58]
  • 카카오톡
  • 네이버
  • 인쇄

▲ 양주시 회천중앙공원과 경원선 구간 과선교 연결 구간 표시 이미지. 다음지도. 경원일보 이미지    

 

지난 9월 14일 오후, 경기 양주시 덕계동 회천중앙공원. 날씨가 생각보다 뜨거웠다.

 

덕계삼거리 교차로 인근 샘네고개 정상부에 위치한 공원 입구에 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산책로다. 

 

이와 함께 분수대 광장이 시선을 끈다.

 

깔끔하게 신축한 화장실의 모습이 신축 공원의 이미지를 느끼게 해준다.

 

현재 정식 오픈 전이라 그런지 입구 도로의 통행은 막혀있지만 주차하기에는 불편이 없다.

 

분수대 광장을 지나 동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군데 군데 파고라와 운동기구, 벤치가 있다.

 

소수의 몇몇이 운동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서 쉬는 광경이 목격됐다.

 

최근 조성을 마친 이 공원은 지도로만 보면 깔끔하게 정돈된 회천신도시의 한 조각처럼 보인다.

 

공원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풍경이 달라진다.

 

분수공원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잡목으로 가려진 낭떨어지가 보인다.

 

이 낭떠러지를 가까이가면 전철 상부 전기선이 보이고 고개를 내밀면 경원선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경원선 철로가 지나지만 이외 별다른 차단벽이나 안전 장치는 없어 보인다.

 

차분한 공원의 잔디는 맞은편 한승아파트를 시선에 두면서 이 자리에서 뚝 끊긴다. 

 

바로 눈앞을 가로막는 것은 경원선 철길이다.

 

철길 건너편, 걸어서 몇 분이면 닿을 듯한 거리에 한승미르빌아파트가 있다.

 

우측으로는 회천트루엘 시그니처 등 공동주택 단지가 늘어서 있다. 

 

하지만 실제로 두 곳의 주민들은 바로 보이는 시선을 따라 걸어서 그곳에 갈수가 없다.

 

▲ 회천중앙공원 분수광장, 한북정맥 정상부 발원지로 보고 있다. 양주시청 방향으로 흐르면 한강으로 이어지고, 반대쪽으로 흐르면 임진강으로 연결이 된다.    

 

바로 앞을 덕계삼거리 방향으로 차를 몰고 나와서 약 10분 이상을 주행해야 맞은 편으로 갈 수 있다.

 

약 40~50m 폭의 경원선이 남북으로 단절되면서 몇 키로미터를 돌아가야 한다. 

 

직선거리로는 지척인 두 공간이, 걸음으로는 한참 먼 곳이 되는 지점이다.

 

"공원은 있는데, 바로 건너갈 길이 없어요"

 

한승 아파트에 거주하는 권모 씨(60대·회천동 거주)는 '공원이 생겼다고 해서 좋아 했는데, 정작 우리 아파트에서는 한참을 돌아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 샘네고개 정상부. 회천중앙공원 입구에서 바라본 국도3호선 평화로. 한북정맥을 상징하는 곳인 만큼 평화로 확포장 공사때 이 곳을 지하도로 연결해 동서남북으로 보행로를 확보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26년 9월 14일 촬영.    

 

주민들의 요구는 거창하지 않다. 철길 위를 건너는 작은 연결교량, 이른바 과선교 하나다. 현재 논의되는 위치를 기준으로 하면 약 40~50m 규모의 교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설계와 길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주거지와 단절된 문화공원이라서인지 여느 신도시에서 종종 볼수 있는 아이를 태운 유모차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운동하는 모습은 찾아 볼수 없다.

 

공원은 완공됐지만, "마지막 몇십m"가 빠졌다

 

회천중앙공원은 회천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조성된 공원이다. LH는 과선교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에 대해 이 일대 문화공원 공사는 이미 끝났고, 2025년 12월 2-1단계 사업 준공과 함께 양주시로 이관됐다고 답했다.

 

행정 절차만 놓고 보면 사업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주민들이 마주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공원의 가치는 면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느 생활권에서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회천중앙공원은 지도상으로는 주거지와 가깝지만 경원선이 가로막고 있어 직선 보행동선이 없다. 결국 주민들은 공원 하나를 이용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 경원선 철로 구간, 전철 뒤쪽으로 한승 아파트가 보인다.    

 

여기에 국민임대 1,002세대와 영구임대 472세대를 합쳐 총 1,474세대 규모인 양주회천 A25BL도 들어서는 중이다. 당초 2026년 2월이던 입주 예정 시기는 사업기간이 연장돼 같은 해 9월로 조정됐다. 앞으로 이 철길 앞 단절을 매일 마주할 주민이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LH "법정 의무시설로 보기 어렵다"

 

LH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양주회천지구는 2006년 지구 지정, 2008년 최초 실시계획 승인을 거쳐 1~3단계로 나뉘어 진행돼 온 사업이다. 경원선 철도는 회천지구 지정 이전부터 운영되고 있었고, 과선교는 애초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당시부터 반영된 시설이 아니었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사업계획에 없던 시설인 만큼 사업시행자가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법정 의무시설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다만 LH가 과선교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필요하다"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가 별개라는 데 있다.

 

양주시 "필요성 인정… LH에 지속 건의"

 

양주시도 비슷한 입장이다. 정덕영 양주시장은 주민 민원에 대해 회천신도시 A24BL 일원의 문화공원과 녹지축이 철도로 단절돼 있다며, 공원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과선교 연결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시는 LH에 과선교 설치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LH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의무사업이 아니어서 시가 직접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공은 사실상 LH로 넘어가 있는 셈이다. 

 

지난 7월에는 이성훈 신임 LH 사장이 취임했다. 인허가·보상·조성공사 등 사업 전 과정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회천지구 과선교 문제도 이런 정책 판단의 연장선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도로·철도는 느는데, 보행 연결은 뒷전

 

공원에서 철길을 등지고 국도 3호선 쪽으로 향하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 LH의 회천신도시 경원선 과선교 설치에 대한 답변.    

 

이 지역은 사람이 걸어서 건너는 길보다 차량과 열차가 다니는 길이 먼저 넓어지고 있는 곳이다. 국토교통부는 양주신도시를 옥정·회천으로 나눠 개발하면서 경원선과 국도 3호선 등 광역교통망 확충을 핵심 기반시설로 제시해 왔다. 

 

양주시청에서 회천지구를 거쳐 덕정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국도 3호선(평화로) 7.7㎞ 구간은 4차로에서 6차로로 넓히는 사업이 LH 시행으로 추진 중이며, 2026년 하반기 실시설계 완료와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거쳐 2028년 상반기 착공, 2031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GTX-C 덕정역 환승센터, 광역버스·광역DRT 확충 등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차량과 열차가 다니는 길은 이렇게 꾸준히 넓어지는데, 정작 사람이 걸어서 건너는 연결망은 뒤처져 있다. 과선교 문제를 단순한 민원 이상으로 보는 이유다.

 

'한북정맥 발원지'라는 이름 양주시에서 먼저 선점하자

 

공원 안쪽에 있는 분수대 앞. 육군 모 부대 정비대대의 높은 담벼락과 함께 막혀 있다. 샘네고개 정상부다.

 

일부는 이 곳을 '한북정맥의 발원지'로 지칭하고 있다. 

 

한북정맥은 백두대간 추가령에서 갈라져 남쪽으로 뻗어 한강과 임진강에 이르는 산줄기로, 동쪽으로는 회양·화천·가평·남양주, 서쪽으로는 평강·철원·포천·양주의 경계를 이루며 동쪽은 한강 유역, 서쪽은 임진강 유역을 가른다.

 

홍복산과 불곡산 등이 한북정맥의 주요 산줄기에 포함되는 만큼, 양주가 한북정맥의 지리적 흐름과 무관한 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회천중앙공원의 분수대를 '한북정맥의 발원지'라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북정맥의 국토 지리적 의미와 상징성을 양주시가 선점하다는 의미에서 이 곳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한맥정맥 발원지 분수광장이라는 네이밍을 통해 지리적 중심 양주 지역으로 콘텐츠로 풀어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한승 아파트 상부에서 회천중앙공원 방향 경원선 철로 과선교 설치 구간을 내려다본 사진.    

 

"계획에 없었다"를 넘어,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양주 회천신도시를 잇는 경원서 과선교. 

 

당초 계획에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도 필요 없는 시설이라 할 수 있는가. 도시는 처음 설계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인구 이동이 생기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애초에는 불필요해 보이던 연결로가 나중에는 없어서는 안 될 기반시설이 되기도 한다.

 

실제 사업으로 넘어가려면 최소한 다섯 가지가 정리돼야 한다. 교량의 위치와 선형이 철도 안전거리와 구조적 조건을 충족하는지, 정확한 사업비는 얼마인지(현재로선 공개된 자료가 없어 구체적인 금액을 추정하기는 어렵다), LH와 양주시 중 누가 사업을 주도할지, 철도 운영기관과 어떤 협의를 거칠지, 준공 이후 유지관리 책임을 누가 맡을지다.

 

▲ 회천중앙공원 입구. 2026년 9월 14일. 이용객이 없어 한산하다. 멀리 한승 아파트가 보인다.

 

회천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이미 놓인 철길을 없앨 수는 없다. 남은 방법은 하나, 그 위로 건너갈 길을 놓는 것뿐이다. 회천신도시가 아파트만 늘어나는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권으로 완성되려면, 이제는 개발의 속도만큼이나 연결의 설계가 필요하다. 경원선 위에 놓일 과선교가 그 첫 시험대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막힘 없는 사통팔달이 핵심이다. 같은 신도시 지구 내에서 지리적 교통적으로 단절되고 분리가 된다면 어떻게 발전을 논할 수 있을까.

 

정덕영 양주시장은 최근 과선교 등 LH와 관련한 주민 민원에 대해 "LH 신임 사장과 면담 일정을 잡고 있다. 면담이 잡히면 양주시에서 LH에 요구할 것은 하겠다"라며 "시민의 불편이나 요구사항은 잘 알고 있다.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 정덕영 양주시장이 과선교 설치 민원을 제기한 권모 씨에게 최근 직접 답변한 내용. 권모 씨 제공.    

이 기사 좋아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인쇄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