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일보

(기고) 김운남 고양특례시의회 의장 "3선 시의원을 내려놓으며 고양 시민께 드리는 글"

황민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6/30 [23:07]

(기고) 김운남 고양특례시의회 의장 "3선 시의원을 내려놓으며 고양 시민께 드리는 글"

황민호 기자 | 입력 : 2026/06/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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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시의회 김운남 의장    

 

 

텅 빈 의장실 책상 위로 오후의 햇살이 길게 비쳐 들었습니다. 

 

12년이라는 세월이 쌓인 공간을 하나둘 정리하던 제 손길이 멈춘 것은 서랍 가장 깊은 구석, 먼지 속에 묻혀 있던 작은 사진 한 장 때문이었습니다.

 

저조차 까맣게 잊고 있던 2014년, 제7대 고양시의회에 첫발을 내딛던 날의 제 모습이었습니다. 사진 속 저는 참 젊었고 세상을 바꾸어보겠다는 패기와 열정으로 눈빛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주민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어찌 보면 참 투박하고 단순한 약속 하나만을 가슴에 품고 의회 문을 두드렸던 그날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밀려왔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의장실 벽에 걸린 거울을 바라보았습니다. 거울 속에는 눈가에 깊은 주름이 패고 머리칼이 희끗희끗해진, 세 번의 임기를 보낸 중년의 한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12년이라는 치열했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모습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면서도 묘한 울림이 밀려왔습니다.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거울 속 저 자신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부끄러움과 아쉬움이었습니다.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 골목길에서 만난 시민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더 치열하게 고민했어야 했는데….

 

미처 다 채우지 못한 부족함들이 마음에 걸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시간을 되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후회가 아니라 감사입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걸어온 12년의 시간은 제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평범한 시민 김운남이었다면 평생 마주하지 못했을 삶의 낮고 좁은 현장을 함께하며, 108만 시민을 대표해 의회를 이끄는 영광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 영광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인지를 알았기에, 저는 시민 여러분께서 주신 과분한 기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매일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잘나서, 혹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말보다 깊은 믿음으로 제 진심을 헤아려 주신 시민 여러분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부족한 저를 믿어주시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셨던 그 마음이, 힘겨운 순간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양시의회 의장으로 시민 여러분과 함께 걸어온 이 12년의 시간을 제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봄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12년간의 고양시의원으로서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러나 그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쉼표라 믿습니다. 정들었던 의장실을 떠나 경기도의회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첫걸음을 내딛겠습니다. 자리는 바뀌고 얼굴의 주름은 더 깊어지겠지만 제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12년 전 먼지 쌓인 사진 속의 그 젊은 의원이 다짐했던 약속“부르시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라는 그 외침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다시 초심으로 뛰겠습니다.

 

제 인생 가장 찬란한 봄날을 선물해주신 고양시민 여러분,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양특례시의회 의장 김운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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